외국인 근로자 42%, 1년 내 근무지 바꿨다

입력 2023-07-03 18:33   수정 2023-07-04 00:58


서울 문래동 주물공장에서 일하던 베트남 근로자 D씨는 지난겨울 갑자기 피를 토하며 작업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후 피를 내뱉는 일이 반복됐다. 입사 3개월 만에 “다른 공장으로 옮기겠다”며 근로계약 해지를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벌어진 일이다. 툭하면 작업 지시를 거부하던 D씨는 지난달부터 행방이 묘연해졌다. 주물공장 대표는 “가짜 피가 나오는 블러드 캡슐을 이용해 꾀병을 부린 것 같다”며 혀를 찼다.

1993년 산업연수생제도(2004년부터 고용허가제로 대체)를 도입하며 외국인 근로자를 본격적으로 고용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산업 현장의 혼란은 지속되고 있다. 3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사업장 변경이 제한된 ‘비전문 취업(E9)’ 비자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가 허술한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온갖 꼼수를 동원해 입맛에 맞는 업체로 골라 이직하는 게 대표적이다. 고용허가제에 따라 중소제조업 현장에 주로 투입되는 E9 외국인 근로자의 근무 기간은 원칙적으로 3년으로 돼 있지만 이를 채우는 사례는 드물다.

법무부·통계청의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2020년)’ 결과, 외국인 근로자의 42.3%가 입국 1년 이내에 근무지를 바꿨다. 근무 기간 6개월을 채우지 못한 비율은 2017년 17.8%에서 2020년 22.5%로 상승했다. 갖은 일탈을 부추겨 새 직장을 알선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챙기는 불법 브로커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규용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은 외국인 근로자의 막무가내식 이직 요구에 이렇다 할 대항 수단이 없다”며 “외국인 근로자 제도를 효율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강경주 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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